한 때 자주 마주치던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던 그 고양이, 나를 보자마자 발라당 뒤집어 배를 까던 그 고양이.
2022.04.12 - [고영레이더] - 나만보면 드러눕는 고양이
되게 뜬금없는 장소에서 몸단장 중인 이 친구를 다시 만났다.
계절은 조금 선선해졌고, 따뜻한 햇볕아래 꼼꼼하게 그루밍중인 고양이.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 하던 멋진 고양이.
잠시 기다렸다가 아는체를 하니, 이렇게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낙엽이 떨어져 폭신한 풀숲에 하얀 배를 깔고 누웠다.
얼마나 열심히 그루밍을 하는지.
발이 새하얗다. 힐긋 보이는 저 분홍젤리는 또 어떻고.
고양이가 몸단장을 하는건 자기 냄새를 몸에 묻히는거기도 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으로/육체적으로 안정이 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아플 때 고양이는 그루밍조차 못한다고 했던것 같다. 그래서 몸단장 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안심이 되기도한다.
나를 보고 편한 자세를 하는 고양이가 귀여워서 등을 쓰다듬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
그리고 턱아래를 긁어주니 눈을 지그시 감고 나한테 얼굴을 기대주었다.
고양이가 편하게 대해줄 때의 순간이 늘 너무 너무 행복하다. 고맙고,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여기도 긁으라는듯 고개 방향을 바꾸는 고양잉가 더 없이 사랑스럽던 날.
앞으로 쭈욱 뻗은 수염이 이 날 기분을 표현해 준다. 지금 너무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이 고양이는.
그게 고르릉 거리는 소리와 감은 눈, 뻗은 수염을 통해 나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서 나까지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고양이는 나에게 언제나 위로이고, 평안이다.
원하는 만큼의 쓰담을 받아낸 고양이는 어느정도 만족 할 줄 아는 고양이였다.
더이상 더 만져달라거나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대단한 녀석이다.
이렇게 다 보이는 곳에 두고가는 마음이 조금 편하지는 않았는데, 이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고양이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걸 나도 어렴풋이 느꼈고, 얘도 알고 있었을거다.
다만,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게 아주 가끔 걱정이긴했다.
그리고 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이날도 뜬금없는 장소에서 뭔가에 엄청 집중하고 있었다.
뭐하니 얘야...?
아무리 불러도 자꾸 등만 보이던 고양이.
바라보는 방향에 새라도 있나 싶어 보는데 없어 없다구!!ㅋㅋㅋㅋㅋㅋㅋ
나한테 관심 좀.. ㅠㅠ
자꾸 불러대니 방향을 틀어 나한테 잠시 다가온다.
하.. 귀여워 정말.
몇번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고나니 또 저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한곳을 파고들었다..
혹시... 너 쥐잡니...?
너무 심취해 있기래 오늘은 같이 놀기 힘들겠구나 하고 돌아섰는데, 이 날 이후로 아직 이 아이를 마주하지 못했다.
집이 근처에 있는건 알고있는데, 들여다봐도 다른 고양이가 있거나, 비어있거나 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며 다니는데 소식을 모르겠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니까, 가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긴 하다.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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