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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오늘

해리단길 산책

by 오늘의우리 2022. 7. 15.

지난 일요일은 날이 제법 좋았다.

나는 평소에 약속을 잘 잡지않는편이고, 주말에는 특히 가족들과 시간 보낼 때가 많아서 친구들을 만나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히 하루 온전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본 것은. 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고 어떻게든 땀 흘리지 않게 잘 다녀볼 동선 같은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아주 오랜만에 만났던 일요일은 바람이 선선했고, 흐렸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던 날이라 뜨거운 햇빛도 피할 수 있었다. 두달 전부터 약속을 잡았던 보람이 있었다.

 

해리단길이 형성되고 처음 가봤던 날이다.

부산에 평생을 살고 해운대 근처에 살지만 한 번도 가볼 생각을 못했던 곳.

친구가 어릴 때 살았던 곳이라 많이 바뀐 동네 모습을 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 동네가 이렇게 바뀌어가는건 요즘들어 자주 볼 수 있는 모습들인것 같다.

전포동, 광안리, 민락동, 해운대, 망미동 등등이 전부 다 그렇다. 그래서 옛 주택을 개조한 곳이 많고 그래서 더 많이 몰려드는것 같다. 새로운 건물을 세워 식당, 카페를 채우는것이 아닌 있던 장소의 용도만 변경하다보니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정겨움을 따라서.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품들을 구경하며 빠르게 변하는 유행고 되돌아오는 유행에 격세지감.. 이런말하지마까..

 

엄청 깔끔하고 마음에 들던 곳.

원하는 사진을 고르고, 액자 프레임, 크기까지 골라 자기 스타일로 커스텀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쪽 벽엔 액자들이 걸려있고, 반대쪽엔 이렇게 문구류들이 놓여져있다.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센스를 가지고 꾸며놓은 공간을 보면 참 좋다.

예쁘고 부러운데 많이 보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공간인걸 아니까 질투나진 않는다.

내가 가질 수 없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는 동경을 한다.

돈이나 물질적인게 아니라 이렇게 창의적인것들이나, 그림, 디자인 등등의 것들에게.

그래서 따라하고 싶지는 않아서 내 공간은 늘 어지럽고 질서가 없다.

근데 그게 또 내가 가진 공간에 대한 내 마음이니까.

 

다음에 다시 해리단길에 가면 여기에서 저 잡지?를 하나 사고싶다

사람이 꽤 들어와서 너무 오래 머무르긴 미안한 마음에 나왔는데 천천히 더 둘러보고 싶은 공간이었다.

역시 토분에 담긴 낯선 식물과 여행책자, 우드트레이는 깔끔하고 예쁜 조합인 것같다.

다이어리를 7월에 보게 되면 남은 내 다이어리를 위해 다음을 기약하게 되고, 다음에는 또 까먹는다.

그래서 6개월 단위의 다이어리가 많이 나오나보다. 적당한 다이어리를 찾아 헤매느라 꽤 긴 시간을 소비했다. 

이건 배송료가 아깝고 이건 너무 두껍고, 이건 쓰기가 불편할 것 같고 등등의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지와 커버를 따로사서 원하는 개월 수 만큼씩만 추가하며 쓰고있다. 그랬더니 다이어리가 조금 커서 어디 들고나가지는 못하고 늘 집에서만 적어야 했다. 작은 플래너는 쓸 수 있는 공간이 적어서 싫다며서도, 적을 공간이 많으면 또 어떻게 채우지? 하고 고민하다가 비워져버린다. 무슨 경우야?

 

페이퍼인센스

볼 때마다 고민하지만 볼 때 마다 안사는것 중 하나

이렇게 매번 고민할거면 그냥 돈 버린다 생각하고 해볼 법도 한데 

일부러 그러나 싶기도 하다

궁금증이 남아있으면 봤던 것에도 또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변태냐?

 

오래된 멘션의 중앙공간이다.

해리단길이 형성된 곳도 오랜 주택가이고, 주택도 많지만 높지않은 멘션들도 종종 있다.

중간 부분을 이렇게 비워두고 가장자리를 둘러서 집이 있는 구조 쉽게 볼 수 없다. 요즘 같으면 저기도 다 메워서 집을 만들겠지? 이 곳의 몇몇은 해리단길의 소품샵으로 변했다. 바로 근처가 집이라 식당이나 카페보단 소품샵이 더 들어오기 쉽지 않았을까. 

 

문이 닫혀있어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소품샵을 지나 들어갔더니 아까 그 멘션이 나왔었다.  이곳은 복층공간으로 꾸며졌는데 윗층은 작업공간이라 적힌 개인공간이었다. 나도 뭔가 매장과 개인공간이 함께 있지만 철저히 분리된 저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품샵이라는게 요즘 너무 흔하긴한데 그만큼 이런곳에 소비를 많이 하는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쉽게 뛰어들 수는 없는 겁많은 옛날사람. 서글퍼.

 

귀엽다 귀여워 정말

 

옛 주택을 다채로운 색깔로 채우는것도, 적절한 식물을 배치하는것도 그들의 감각이고 능력이겠지.

일요일에 문을 닫은 곳이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밖에서 구경하게 되는 곳이 더 많긴하니까, 아쉬움을 남겨둬야 다음에 또 오고싶겠지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러봤다.

 

능소화

내사랑 능소화 지금 전선에 묶여있는거니?

어느 집의 바깥창문을 타고 오르는 능소화가 예뻐서 찍어두었다.

 

빨리 날이 선선해져서 밖에서 자연바람 쐬며 커피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위를 너무 심하게 타는데, 냉방에 너무 취약해서 괴롭다. 체온도 너무 휙휙 변하고 머리도 아프고 괴로워 정말... ㅜㅜ

가을의 해리단길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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