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고 기대는 고양이
첫 만남, 그리고.
늘 같은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늘 다른 고양이들을 마주친다. 그럴려고 걷는건 아닌데, 발길 닿는 모든곳에서 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건, 내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경치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늘 고양이였다.
노란색 치즈고양이는 눈에 참 잘 띈다. 치즈태비는 고양이 중에서도 한 성깔한다고 하던데, 이 고영 심상치 않았다. 고양이가 할퀼까봐 무서워하지는 않는 편인데도, 이 치즈태비에겐 약간... 쫄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멀리서.. 줌 땡겨서 조심히 담아봤던 포스 철철 치즈태비 고양이. 발이 어쩜 저렇게 가지런하지...?
목, 배, 발까지 하얀 털이 너무 깨끗하고 보송거렸다. 몸단장 끝내주게 하는 멋진 고영인가보다. 전혀 나를 의식하지도 않던 느낌이었다. 나만 쫄았지 얘는 나한테 관심도 없었단 말이지.
자리를 옮겨 살짝 가까이 오길래 시도했다 코인사.
근데 나..왜 떨었냐.. ㅎㄷㄷ..
돌아보고선 눈을 마주쳐줬다. 일어나 앉은 모습을 보니 발이 두툼하다. 차..찹쌀떡...?><
손 끝을 달달떨며 내밀었더니 코를 앞으로 쑤욱 내밀면서 코인사를 해 줄듯 말 듯... 애를 태우던 치즈태비냥(결국 안해줌
수염이 앞으로 싸악 쏠린게, 나한테 관심이 있긴 한가본데?(놀잇감아님
갑자기 마구 그루밍 시작.. 저.. 발 안만졌어요.
이 녀석.. 다리가 좀 짧겠군...ㅋㅋㅋㅋㅋㅋ
결국 내가 귀찮았던 치즈냥이는 휙 담을 뛰어넘어 가버렸고, 다음에 또 봐.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어느 날.
길 옆 풀속에 있길래 반가워서 인사를 하며 불렀다.
나를 보더니 뛰어나와서는 이렇게 아닌척 앞에 앉아있다.
우리 : ???
고영 : ;;;
쳐다보는 얼굴이 귀엽다. 이번엔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줘서 인지 그때만큼 쫄지 않았다.
그때도 느꼈지만 한쪽 귀는 중성화표시가 맞는데, 한쪽귀는 거의 없는것처럼 드러나서 마음이 조금 그랬다. 싸움의 흔적일까.. 마음이 쓰이는 고양이다.
사람이 오면 자리를 옮기긴 했는데, 이 녀석 이날 나한테 마음을 열었다. 우리 두번 밖에 안봤어요 고양씨야! 그때 망설이며 다가가지 못하던(아 뭐 짝사랑하세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 앞에서 눈을 감고 광합성을 했다. 여기도 사람들이 내내 지나가는 산책길이고, 나는 이 고양이 앞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이렇게 가까이 와서 내 앞에 와서 누웠다. 이건 만져보라는 신호..?
코인사를 시도하니 콩하고 코를 대줬다. 으아아앙아앙가각 아아ㅏ 사랑스러워ㅜㅜㅜㅜㅜㅜㅜ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만지게 해주던 고양이.
좋다고 소리내면 놀라서 가버릴까봐 속으로 방방 뛰면서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너도 의지하고 사랑받고, 이쁨 받고 싶겠지 그치. 안쓰럽고 애잔하고 미안하고 예뻤다. 여러가지 마음이 한 꺼번에 확 들어온 순간.
고양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고양이 뒤로 가서 앉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얼굴 옆을 만져주니 얼굴을 손에 기댄다. 그땐 그저 너무 신기하고 귀엽기만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살짝 눈물이 나려고 그런다. 길 생활이 쉽지 않았을 고양이들이, 사람을 믿고 이렇게 몸을 맡길때마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쓰다듬어주고, 먹을걸 챙겨주는것 말곤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이렇게 행복한 감정을 왕창 선물하는데 말이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고양이가 신발 위로 와서 누웠다
........... ㅠㅠ
지금 보니 진짜 눈물날것 같네.
내 그늘에 가려져 햇볕을 못받는거 같아 방향을 틀었더니 온통 노란빛깔의 털에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잠시, 본 적있던 내게 기대서 편하게 쉬고싶었던걸까. 다가와 이렇게 기대 눕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꼼짝도 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지만,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잠시 나를 든든하게 뒤에 두고 조금은 편하게 쉬고싶었을 고양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단장한 새-하얀 발을 가진 이 치즈태비 턱시도 고양이는 한참을 나에게 기대고 있었다. 손길도 받아주고, 내 이야기도(일방적인 충고, 사람 조심해라 등등) 들어주고, 그렇게 마음을 내어주듯 온기를 나눠주었다. 마음 가득 채워주던 이 날의 행복을 선물한 이 소중한 고양이가 또 어떤 좋은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가족이 되었기를 바란다. 자주 볼 수 있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 고양이가 나에게 마음을 열었던 자리를 늘 돌아본다. 어느 날엔,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있길 바라면서, 또 어느 날엔 누군가의 가족이 되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