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레이더

나만보면 드러눕는 고양이

오늘의우리 2022. 4. 12. 10:14

뜨거운 햇살을 즐기던 고양이.

지난 계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꽤 더웠던 여름의 어느 날, 고양이를 만났다.
고개를 돌렸는데 풀숲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던 고양이 한 마리.

유유자적 걸어나오던 고양이는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어라? 손을 탄 고양인가? 싶어서보니 중성화를 마친 스트릿냥이였다. 고양이가 앉은 자리 뒤에 시선을 낮춰 같이 앉았다.
고양이는 뭘 보고 있는걸까?

까만 고양이의 등위로 햇볕이 내려쬔다. 뒤에 앉아 지켜보던 내 머리도 타들어간다(주..죽여줘
뭔가를 가만히 쳐다보는것도 같고, 그냥 햇살을 즐기는것도 같은 이 고양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고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가 반갑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에게 이 아이가 그대로 노출되는게 겁이나서 내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일어나 하고 일으키면서 배 쪽으로 손을 넣었는데 이 귀요미가 벌떡 일어나며 배를 내어주는게 아니가. 바닥을 딛고 있는 저 작고 하얀 발은 또 어쩜 이렇게나 귀여운지.

고양이가 바라보고 있는 풀숲으로 들어가라고 밀어주려던 참이었다. 햇살이 너무 뜨겁고,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이고, 나는 갈 길을 가야했으니까. 도저히 여기 이렇게 덩그러니 나와있는 애를 두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

고영 : 아 뭐래 나 광합성중이야

근데 손길이 닿이니 이 고양이가 냅다 드러누워 버린다. 아 아니 여기서 이러시면..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고영씨.
배가 새-하얀 턱시도 고양이다. 손, 발도 전부 하얀 양말을 신었다. 세상에 너무 예쁘잖아.

안아죠- 라는 포즈로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고양이다. 그림자가 진 눈의 두컬러가 너무 오묘하고 신비롭고 예뻤다.
'ㅅ' 이런 표정으로 세상 귀여움 모두 다 가진 포즈로 햇살을 즐기며 기분이 너무 좋은 고양이다.
내 속은 타들어 ㄱ..

결국 이리저리 뒹굴고 있던 고양이를 달래서 나무 그늘 아래로 떠 밀듯이 안착시켰다. 일으켜 세워서 만지면 드러눕기를 반복하던 고양이는 징징대는 내가 귀찮았는지 미는대로 그늘 아래로 들어가줬다. 아유 예뻐, 똑똑해!! 라고 마구 칭찬하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광합성은 광합성인데 진짜 고영 당신 등이 타들어가고 있었다구요! 그리고 우리는 또 몇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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